금강경과 반야심경등에 나오는 무집착의 지혜를 청소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제가 한때 청소를 자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국 청소란 빗자루로 쓸고 대걸레로 닦아주는 일이었지요.
그때 당시 청소를 하면서 제가 터득한 청소를 힘을 안들이고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그걸 오늘 생각해보니 이 힘 안들이고 청소를 하는 방법이 집착이 없고 머무름이 없는 청소방법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청소방법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빗자루질입니다.
완벽주의를 가지지 않습니다.
한번에 완벽하게 (한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고) 먼지를 모두 쓸어서 깨끗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서,
그냥 초벌로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 초벌 작업은 그냥 눈에 부분의 먼지만 대강 빗자루로 끄집어 내는 작업입니다.
빗자루는 청소기가 아니기에 먼지를 쓸고 모으고 쓸고 모으다보면 중간에 먼지가 새기도 합니다. 그런것까지 일일히 다 잡지도 않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부분을 전반적으로 훓듯이 빗자루질을 해대면서 전반적으로 대략적으로 먼지를 들어가는 입구쪽으로 모아줍니다.
다시말하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눈에 보이는부분만 쓸어준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럼 오히려 대략적으로 먼지들이 잡히게 됩니다. 해서 이후 빗자루질을 한번 더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다음엔 대걸레질을 해줍니다.
그렇게 대걸레에 물을 적당히 뭍힌 후 대걸레를 들고다니면서 중간중간에 아까전 빗자루질을 할 때 쓸리지 않은 부분, 빠진 먼지들이 보이면 부분만 한번식 대걸레를 밀어주며 지나갑니다.
이때도 대걸레로 더러운걸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습니다. 그냥 대걸레를 밀고 다닐 때 그 더러운 부분을 쓱 밀고 지나가주는 것이죠.
아니면 조금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겠다 싶을때는 기존보다 대걸레에 물을 더 많이 묻혀줍니다. 그리고 그 대걸레로 바닥에 물칠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그냥 쓱 쓱 밀어주고 다닙니다.
그런 생각으로 전반적으로 훓어줍니다.
내가 이 더러운 것을 닦아서 없애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어짜피 물기가 있는 대걸레가 먼지 위를 지나가면 먼지는 대걸레에 뭍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대걸레로 먼지가 있는 부분이나 얼룩이 있는 바닥의 단면을 쓱 훓어주는 것이죠.
더러운걸 없애는 건 '내'가 아닙니다.
그 일은 대걸레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냥 대걸레에 맡기고서 저는 대걸레를 잡고 운동을 하듯 그냥 쓱 쓱 바닥을 밀고 다닐 뿐입니다. 먼지가 있거나 얼룩이 있는 바닥이 눈에 들어오면 그 부분들로 대걸레를 밀고 다닐 뿐이죠.
더러운걸 없애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닌 '대걸레'의 일입니다. (빗자루의 일이구요.)
저는 대충 이런 마인드로 청소를 하였습니다.
이 일이 기억이 난 것은 오늘 바닥에 찐득찐득한 음료수를 쏟고 그게 말라 끈적이는 상황에서 걸레질을 하는데, 이 때 그냥 예전에 청소를 할 때 익힌 위에 쓴 방법이 습이 되었는지,
그저 저도 모르게 내가닦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걸레에 물을 적당히 뭍혀서 바닥 전반에 물을 뭍혀준다는 생각으로 닦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이 알아차림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걸레로 더러운걸 닦는다는 생각이 아닌 바닥에 물을 잘 뭍혀준다는 생각으로 전반적으로 그 찐득찐득함이 있는 부분을 걸레질을 한 뒤, 마른 걸레로 한번 더 닦으니 바닥에 찐득찐득함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청소를 하고 난뒤 위에 적은 예전에 청소를 많이 할 때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해서 이를 이렇게 적어봅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청소법.
지금 생각해보니 머무름이 없는 무주상의 청소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있고 '닦을 것'이 있고 - 이 같은 실체시나 집착을 가지지 않고서 청소를 하는 것이죠.
없애야 할 실체가 있어서 그 실체를 완벽히 닦아내에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닥에 전반적으로 물을 뭍여준다.
먼지를 모으는건 빗자루에, 먼지를 가져가는건 대걸레에 맡긴다.
그냥 전반적으로 빗자루질 초벌작업을 해준다. 세세하게 완벽하게 한번에 끝내겠다는 이런 생각은 가지지 않고. 그 뒤 그냥 대걸레로 먼지가 보이거나 끈적이는 부분 위주만 밀어주고 다닌다. 아님 전반적으로 바닥에 물을 뭍혀준다.(그 과정에서 알아서 먼지들은 자동으로 잡히기 마련이니.)
대충 이런 마인드로 청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하여 예전도 그렇고 오늘 걸레질을 할때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청소를 진행하니 더 어렵지 않고 편하게 청소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실체시나 집착이 없을 때. 그러니까 나 자신이나 먼지등과 같은 외부경계에 대한 집착이 적을 수록 청소가 더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도 내가 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빗자루와 대걸레에 맡기게 되고 말이죠.
결과는 인연에 맡기게 되는 것입니다. 먼지를 없앤다. 깨끗하게 한다는 결과를 실체시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그냥 노력할 뿐입니다.
이 같은 청소법이 이제보니 금강경의 무주상(생각에 머무름 없이 행하는 것.)의 가르침에 부합되는 청소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로 정리해봅니다.
(글을 쓰면서 한가지 생각이 더 듭니다.
이 무주상, 무집착, 무실체시의 원리는 청소뿐만이 아니라 일상 전반의 영역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공부를 할때도, 집안일을 할때도, 글을 쓸때도 말이죠.
행위를 하는 '나'가 있고, 그 행위로서 만들 '결과'가 있다는 그런 실체시는 버리고.
아와 아소. 즉 나와 내것에 대한. 그리고 나와 외부경계에 대하여 과도하게 꼭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한번에 끝내겠다는 그런 고정관념이나 완벽주의는 버리고.
다만 해 보는 겁니다. 가령 글을 쓸 때는 한번 그냥 초벌작업으로 쫙 한번 써보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맞춤법이나 내용이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으면 그 부분 부분들만 수정해주는 것이죠.
설거지도 처음부터 그릇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싰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릇 전반에 퐁퐁만 뭍혀준다는 생각으로 쫙 퐁퐁을 뭍혀준뒤, 그 퐁퐁을 싰어주는건 내가 아닌 물의 역활임을 알고, 그냥 흐르는 물에 같다 대주는 것이죠. 그렇게 전반적으로 행궈준뒤 다시한번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뽀득뽀득 한번식 훓어주는 것이죠.
결국 '나'라는 아상과 내가 행해서 만들어내야 할 '결과' 등에 집착하지 않을 때 일상생활속 만나게 되는 여러 일들은 행하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집착을 줄이는 것이 삶이 편해지는 지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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