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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9-9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대중이 청법가와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무대에 올라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제9-9차 백일기도에 입재하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원(願)을 세우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극히 적은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음을 내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새롭게 백일을 시작하면서 이것을 각자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우선 지금 어떤 사람인지 살펴봅시다.
나는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
나는 지금 남편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아내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자식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부모 때문에 괴롭다.
나는 지금 직장 때문에 괴롭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살아가면서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고 진단이 되는 사람은 손 들어보세요.”
“...”
“아무도 없어요? 와, 굉장합니다. (모두 웃음) 자기 스스로 진단했을 때 지금 괴롭다면, 그 이유가 남으로부터 도움을 얻고 싶은데 도움이 주어지지 않아서 괴로운 것인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아내에게 덕을 보려고 장가를 갔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남편에게 덕을 보려고 시집을 갔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부모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자식이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직장 동료가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도움이 안 돼서 괴롭다고 진단이 된다면, 이 사람은 남을 돕기보다는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즉,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 해가 되는 사람입니다. 즉,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합니다. 남편과 함께 사는데 남편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아내와 함께 사는데 아내가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아이들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고, 부모님이 나로 인해 괴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괴로워합니다. 남을 괴롭히고 나도 괴로운 사람을 ‘범부 중생’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지 잘 모르면, 주변 사람이 ‘당신 때문에 괴롭다’는 말을 하면 지금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은 손 들어봐요.”
“...”
몇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청중석에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제 좀 솔직해지셨네요.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사람 그리고 나도 괴로운 사람이 사람 가운데 최하수입니다. 자연계에 있는 토끼나 다람쥐 같은 짐승들을 보면 다른 동물에게 덕을 베풀지도 않지만 해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토끼나 다람쥐는 괴롭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범부중생은 짐승보다 못한 거예요. (모두 웃음)
그래서 사람이 너무 힘들면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하고, 산에 사는 다람쥐를 부러워하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부러워합니다. 자기가 너무 힘드니까 짐승을 부러워하는 거예요. 이렇게 부러워한다는 것은 짐승보다 못하다는 의미예요.
현실은 남을 괴롭히고 나를 괴롭히는 짐승보다 못한 존재지만 9차 백일기도 동안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남을 괴롭히는 행동은 멈춘다.
둘째, 나도 괴롭지 않은 사람이 된다.
셋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다.
넷째, 무지를 깨쳐서 붓다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된다.
이런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 봅니다. 아직 부족한 현실이지만, 괴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내가 숨 쉬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세상에 득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어디를 가도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얘기를 듣는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목표가 나에게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심리적 부담이 되어서 ‘그걸 해줘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그런 욕심이 없는 존재가 바로 보살이고, 붓다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 존재로 나아가자는 말씀을 9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여러분께 선물로 드립니다. (모두 박수)
곧 무더위기 기승을 부리면 많이 덥습니다. 절을 하면 덥다고 포기하기 쉬운데, 포기하지 말고 이열치열(以熱治熱)로 해보세요. 춥든 덥든 따지지 말고 ‘하기로 했으면 한다’, ‘그냥 한다’ 하는 마음으로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천과제가 주어지면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9차 백일기도 지금 출발합니다. 다 같이 따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대중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9차 백일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출발합니다는 스님이 지난 만일 결사를 해오면서 매일 아침 가슴에 새긴 명심문이기도 합니다. 스님의 명심문이 대중의 명심문이 되는 순간이어서 이 순간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 법륜스님 (위 스님의하루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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