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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먼 곳까지 항해하는 커다란 배를 타고 싶다면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좋은 길 : 부처님 가르침 공부 2023. 8. 6.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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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먼 곳까지 항해하는 커다란 배를 타고 싶다면

아무튼, 주말 먼 곳까지 항해하는 커다란 배를 타고 싶다면 김영민의 문장 속을 거닐다 장자의 외물 편으로 본 좁은 방에서 벗어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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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에게 먼 곳까지 걱정하는 마음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기 마련이다(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말했다. 송대의 주석가 주희(朱熹)는 그 문장을 해설하면서, 소식(蘇軾)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사람이 땅을 밟을 때, 발이 닿는 부분 이외에는 모두 무용한 땅이지만 폐할 수는 없다. 염려가 천 리 밖에까지 있지 않으면 근심이 코앞에 있게 된다(人之所履者, 容足之外, 皆爲無用之地, 而不可廢也. 故慮不在千里之外, 則患在几席之下矣).” 소식은 ‘논어’를 해설하면서 앞서 말한 장자의 견해를 인용한 것이다.

당장은 불필요해 보이는 안전 비용을 지출함을 통해, 실제 시민들이 누리는 공간은 그만큼 넓어진다. 사는 동네의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끼면, 몸은 움츠러든다. 타인들이 자신을 혐오한다고 느끼면, 마음은 움츠러든다. 노약자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면, 집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하게 된다. 환대가 사라지면 세계는 쪼그라든다. 분별없이 혐오하는 순간, 분별없이 시기하는 순간, 분별없이 경멸하는 순간, 분별없이 비방하는 순간, 분별없이 배척하는 순간, 이 세계는 시시각각으로 쪼그라든다. 결국은 자기 한 몸도 가눌 데가 없는 사회에서 살게 되고 만다.

그러면 뭐 어떠냐고? 그런 반문에 대해서도 장자는 이미 대답을 갖고 있다. “물이 깊고 넓지 않으면 큰 배를 감당할 수 없다. 한잔 물을 웅덩이에 부으면, 거기에 겨자씨야 띄울 수는 있겠지만, 잔을 띄우려 들면 잔이 바닥에 닿아 버리고 말 것이다. 물은 얕은데 배는 크기 때문이다(且夫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方. 覆杯水於坳堂之上, 則芥爲之舟. 置杯焉則膠, 水淺而舟大也).”-장자, 소요유(逍遙遊)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 목전의 실용성에만 연연한 대가는 협소한 사회 속에서 졸렬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처럼 좁은 방을 벗어나 멀리까지 항해하는 커다란 배를 타고 싶거든, 먼 미래까지 감당할 수 있는 인재를 만나고 싶거든, 좀 더 깊고 큰 실용성을 맛보고 싶거든, 진정한 실용성이 무엇인지를 새삼 묻고, 재정의하는 일처럼 일견 무용해 보이는 일에 몰두해 보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실용성인들 사람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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