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長安)의 젊은이들은 귀뚜라미를 가지고 놀기 좋아한다.
한번은 어떤 청소년 삼 형제가 달밤에 무덤 사이에서 귀뚜라미를 잡다가,
문득 미색과 자태가 아주 빼어난 한 젊은 여인을 보았다.
그래서 셋이 함께 가서 그 여자를 잡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그 여자가 얼굴을 확 바꾸면서,
일곱 구멍에 피를 흘리고, 혀를 한 자(尺) 남짓 늘어뜨리는 것이었다.
이에 세 사람이 동시에 놀라 기절해 버렸다.
이튿날 그 집안에서 그들을 찾아내었는데, 겨우 한 아들밖에 살려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는데,
살아난 아들도 심하게 앓다가 몇 달 만에 비로소 나았고,
그 집 자손들은 다시는 밤에 귀뚜라미를 잡지 못하게 금했다고 한다.
이 젊은 여인이 얼굴을 표변하지 않았을 때는,
뼛속까지 사무쳐 오는 애욕을 따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확 바뀐 다음에는, 단박에 놀라 기절해 죽고 말았다.
순간 애욕의 마음이 이내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만 것이다.
애시 당초 그들이 함께 쫓아갈 때도, 본디 피와 혀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보이지 않게 감춘 모습에는 애욕의 마음을 내고,
피를 흘리고 늘어뜨리자 두려운 마음이 생긴단 말인가?
이러한 이치를 깨닫는다면, 그 어떤 천하절색(絶色)의 미인을 본다고 할지라도,
모두 일곱 구멍에 피를 흘리고 혀를 한 자 남짓 늘어뜨려,
사람 목숨이나 노릴 귀신으로 생각하여야 하리다.
- 불가록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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