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이란]
인적이 끊긴 깊은 산 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그네가 그 산 중에 은거하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나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물었다.
노인은 단 한마디로 '흐름을 따라가게'라고 일러 주었다. 산 중의 개울물은 이 골짝 저 골짝을 거쳐 마침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촌락으로 지나가게 마련이다.
흐름을 따라가라는 이런 가르침은 인생의 길목에도 같은 이치이다.
세상을 살다가 갈 길이 막히면 절망을 한다. 이런 때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절망할 게 아니라 흐름을 찾아야 한다.
그 흐름은 마음이 열려야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벽을 미련 없이 허물고 다리를 놓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 놓는 것은 벽이고, 이어주는 것은 다리다.
벽은 탐욕과 미움과 시새움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두터워가고, 다리는 신의와 인정 그리고 도리로 인해 놓여진다.
다리는 활짝 열린 마음끼리 만나는 길목이다. 좋은 세상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과 사랑의 다리가 놓여진 세상이다.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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